돌아갈 곳은 내 집 뿐이리_[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by 스탠리 큐브릭 外

 


장엄한 클래식 음악 속에, 하나 둘씩 들리는 핸드폰 떨어지는 소리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감상

날도 좋은 5월, 거장의 고전을 보기 위해 신촌으로 향했다.

불의 전차 주제곡과 이 영화 주제곡을 항상 헷갈려 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에게 부끄러워하는 점 중의 하나이며, 더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두 영화 다 지금까지 제대로 본 적은 없다는 점이다.

날도 좋은데 이걸 보러 영화관에 올 사람은 없겠지 싶었는데 웬걸 의외로 사람들이 들어차 놀라웠다. 역시 신촌, 지성인의 거리. 여러분 가오갤 재밌습니다 가오갤 보세요

오디세이는 결국 주인공이 집에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 서사시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외딴 곳에 떨어져,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린 끝에 집에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의 그의 모습은 집을 떠나기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게 된다. 오디세우스의 모습은 그의 아내조차 알아볼 수 없었으며, 태아로 돌아간 보우먼은 지구를 떠날 때와는 다른 존재가 되었다.

HAL 9000과 보우먼은 둘 다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지성을 흉내낸 존재인 컴퓨터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없었고, 지성과 집념으로 위기를 극복해 낸 보우먼은 상위 지성체의 인도를 거쳐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모노리스는 영웅 신화처럼 누군가를 지정하여 힘을 내려주지 않는다. 무기를 얻게 된 유인원도, 원래는 외계인과 접촉할 예정이 없었던 보우먼 역시 우연과 본인의 집념으로 모노리스에 접촉하여 새로운 존재가 된다. 보우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모노리스에 접촉하였을 것이었으며, 인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다시 먼 여정을 거쳐 지구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 시점으로 봐도 대체 어떻게 세트를 만들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감탄만 나오는 미장센과 연출, 장엄한 음악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영상미는 왜 2023년 이 좋은 날에 자신있게 재개봉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하였지만, 힘들게 찍은 걸 어떻게든 다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만 같은 감독의 집요하고 디테일한 연출은 이미 SF적인 코드에 너무나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눈꺼풀을 무겁게 만든 것 같기도 하다. 그 당시에 저런 이미지들은 관객들에게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겠으나, 이미 우리에겐 인터스텔라와 그래비티 (그리고 스타워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반부에는 여기서 핸드폰 떨구느라 쿵 저기서 쿵, 좀 이따가 저쪽에서는 음료수 와르륵... 다들 비슷한데서 졸려하는구나 라고 큭큭대며 공감대를 느꼈던, 즐거운 관람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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