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마스타인 평원 회전 (1)
1
새벽이 찾아오며 짙게 깔린 구름 사이로 마침내 태양이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황금빛의 장막은 초겨울의 서늘한 공기를 밀어내며, 곧 전장이 될 평원을
천천히 쓸고 지나갔다.
신은 언덕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갑주를 감싸고 있던
고급진 모피 망토를 다시 한 번 여몄다. 이런
고귀한 복장이 아직은 낯설다. 아직은
이전 사냥을 나갈 때 입던 동물 가죽 옷이 그에게는 조금 더 어울린 것처럼 느껴졌다. 나이는 아직 이십
대 중반에 지나지 않으나, 나이보다는 훨씬 어려보이는 동방 특유의 얼굴형에 자리잡은 예리한 인상에는
약한 피로감이 머물러 있었다. 어젯밤에는
잠을 많이 자지 못했다. 출전에
대한 압박 때문이 아니라, 전장의 상태가 걱정되어 계속 지면의 상태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지방은 다른 곳보다 겨울이 조금 일찍 찾아온다. 드라그노트 제국의 남부 지방은 이제 막 추수를 마무리하고 일년의 수확을
기뻐하는 축제의 마지막을 즐기고 있을 터이지만, 북동쪽에 위치한 이 지방은 냉해 준비로 바쁜 시기다. 아직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어제 내린 서리로 인해 땅이 자주 젖고는 한다.
문제는 얼마나 젖었는가다. 말이 달릴 수 없거나, 보병이
수월하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지면이 질척거리게 되면, 현재 상정하고 있는 작전에 중대한 차질이 생긴다.
신은 다시 한 번 무릎을 굽혀 지면을 만져보았다. 지면은 축축했지만,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물러지지는 않았다.
저 아래 보이는 평원은 지금 이 언덕보다는 젖지 않았을 터다.
‘다행이군.’
예상되는 전투 시작 시간은 앞으로 네 시간 정도 후, 그때쯤에는 기마대의
전진에 크게 영향이 가지 않을 정도로 지면이 단단해질 것이다. 드라그노트 제국이 자랑하는 기병대, 그
중에서도 가장 수위에 꼽히는 ‘크라슈토룸 (붉은 질풍)’ 부대의 돌격이 이 전투의 열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떨까.’
작전은 잘 이해하고 있다. 탄탄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중장보병의 벽으로 적을 막아서고, 그 우익을, 드라그노트 제국의 보도인 기마부대가 돌격하여 섬멸한다. 정석적으로 짜여진 세련된 작전안이다. 제국은 이 전술로 지금까지 수많은 전투를 이겨 왔으며, 대륙의 패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칼에 묻힌
피 만큼의 피 역시 지금껏 흘려왔던 것이다.
날이 잘 든 칼을 휘두르는 것은 좋지만, 베어낸 목숨만큼 칼의 날도 그 예리함을
잃어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였다면…’
신은 머리 속에서 전장의 상황을 그려보았다. 내가 적이었다면, 몇백년 간이나
그 무용을 자랑했던 제국 기병대의 무서움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원에 전장을 가져가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터,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작전안을 세운 것일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작은 의구심이 그의 마음속에서 피어났을 때,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이슈트반 백(伯). 곧
작전 회의 시간입니다.”
조용하지만, 주변에 진중한 울림을 주는 목소리다. 신의 부관이자, 신이 자신의 기병대를 이끄는 동안 보병대를 맡고 있는 카이유르 장군이다. 전투
때 신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장수 중의 한 명으로, 나이는 현재
30대 중반, 육체와 기술이 최전성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신은 쓴웃음을 지으며 카이유르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 호칭은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군요.”
사실이었다.
사실 그가 이슈트반 백작령 (伯爵領)을
계승하리라고는, 적어도 그 자신은 상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상상했던 미래는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와는 1만 리우 (1리우=4Km) 정도는
떨어져 있었다. 높은 돌의 천장
아래 백성을 돌보기 위해 정치에 전념하는 것, 그리고 이국과의 전쟁을 위해 새벽 냉기에 얼어붙은 갑주에
몸을 맡기는 것보다는, 이국의 평원을 달리며 새로운 풍경을 마음에 담는 것이 그가 원하던 것이었다.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자, 이방인인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이었기
때문이다.
자신과는 다른 색의 피부와 생김새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자신에게.
“그런 말씀 마십시오.”
카이유르는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백께서는 이제 우리 이슈트반 령을 이끌어가셔야 하는 분, 게다가
이제 황태자비의 혼례가 치뤄지게 된다면, 앞으로 백의 역할은 지금과는 또 다르게 변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그런 말씀 마십시오.”
나무라는 듯한 말이지만, 그 말을 이야기하는 당사자의 눈에서는 깊은
신뢰와 약속이 담겨져 있었다. 자신과
다른 가신들이 신을 지지해 줄 테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민족이 다른 문제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분과는 상관없는 동료애가 고마웠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영주이자,
여동생이 곧 황태자비가 될 신의 신분은, 사실 그에게 있어서는 가시밭길과도 같았다. 전 이슈트반 백이었던 그의 어머니가 외교를
위해 동방을 방문하던 중, 불꽃과도 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한 것이 그의 아버지였다. 그의 아버지는 오래 전 부인과 사별하였고, 사별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신이었다. 전 이슈트반 백과
신의 아버지가 미래를 약속하고 같이 제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 당시 세 살이었던 신도 같이 제국으로
온 것이었다.
전 이슈트반 백 – 이제는 그의 새어머니 – 는 신을 친아들과 같이 사랑하였고, 신도 그녀를 친어머니와 같이
대하였지만, 신은 그가 이슈트반 령을 이어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신이 이 나라로 왔을 때 이미 있었던,
새어머니의 딸 – 그의 여동생이 어느 훌륭한 기사와 결혼하고, 그 기사가 이슈트반 령을 이어받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이방인이었다.
그가 처음 궁정에서 다른 신하들에게 그의 모습을 보였을 때 받았던 그 생경한 시선을, 그는 아직도 기억한다.
마치 진기한 짐승을 보는 것과 같은 시선 안의 멸시.
그리고, 그 짐승이 자신들 위에 앉는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주변 사람들의 멸시와 분노는 다양한 형태로 신을 압박해왔고,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그 압박에 맞서는데 보낼 수밖에는 없었다.
그 와중에 여러가지 모험과 위협이 있었고, 때로는 목숨까지 위험에
처했던 상황을 하나 둘 씩 극복해가며, 그의 주변에는 소중한 동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처음에는 그를 생경하게 대하던
시선들은 그 안에 호의를 담기 시작했고, 호의는 결국 신뢰로 변해갔다.
그리고 지금, 영주가 된 그의 주변에는 지금은 그의 가신들이 된 소중한
동료들이 있다.
이제 이슈트반 백작의 자리에 오르며, 그는 자신의 영만이 아닌 더
넓은 곳에서, 그가 겪어왔던 것을 다시 겪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혼자가 아니다.
신은 충직한 부하이자, 소중한 친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 보도록 하죠. 전하에게 몇 가지 진언할 것이 있습니다.”
주변에 누군가 있다는 안심과 함께, 무거운 기분이 신의 가슴 가운데
자리잡았다.
그는 혼자가 아니지만, 앞으로 있을 상황에서만큼은 홀로 맞서야 한다.
그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해 온 일이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최대한 그의 주변 사람들, 그에게 있어 중요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약 오백 여 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대륙의 패자를 유지하고 있던 드라그노트 제국의 위상도, 대륙력 983년, 제국력 387년의 시점에서는 다소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건국 이래 드라그노트 제국의 세력권은 넓어져만 갔다. 고대 대륙을 지배했던 대제국이 멸망하고 난립했던 수많은 군소국들의 왕
중 하나였던 위제르 1세는, 30년이라는 짧은 시기 동안
주변국들을 때로는 정복하고, 때로는 회유하고, 때로는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으로 탐욕스럽게 흡수해 갔다.
뛰어난 정치 감각과 공정함, 그리고 다른 장점들을 훨씬 상회하는 군사적 재능으로
그의 영토는 넓어져만 갔고, 같은
시기에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던 아르마인 왕국과 국경선을 대치하고 있었을 때 그는 이미 정복민들로부터 숭배를 받는 대상이 되어 있었다.
대륙의 패권을 두고 겨루었던 아르마인 왕국과의 길고 치열했던 전역이 프리예도르 평원 대회전이라는 커다란 싸움으로
일단락되었을 때, 최후의 승자로 남아있었던 위제르 1세의
위대함을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으며, 그는 전쟁의 승리와 함께 칭제(稱帝), 드라그노트 제국의 성립을 선언했다.
그 이후 그의 자손들이 황제의 자리를 이어받고, 건국대제의 의지를
이어받아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동안, 주변의 국가들 역시 주변의 군소국을 병합해 나가며 세력을 불리고
있었다. 17대 황제 알렉산드르가
통치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륙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국가들은 다음과 같았다.
대륙의 한가운데를 위치한 드라그노트 제국.
그 서쪽에서 제국와 경계를 맞대며 크고 작은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아르마인 왕국.
동쪽의 유목왕국 샤라드.
북쪽 설원을 제국과 양분하고 있는 라비아.
남쪽의 해양국가 바르노아.
무(武)와 문(文), 양 쪽에서 수많은 인재들을 양으로 압도했던 제국은 때로는 무력
분쟁을 통해, 때로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중원의 패권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대륙의 패자임에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제국의 주변에도, 제국의
성장과 함께 덩치를 불려왔던 주변 국가들은, 하나 둘씩 제국의 패권에 의문을 제시하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원을 차지하고 있는 제국, 그리고 제국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조금씩 자신들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며, 서로 맞닿은 국경 지대에서의 상호 투쟁을 지속해 오고 있었다.
가지지 못한 자는 가진 자로부터 빼앗아 오기 위해.
가진 자는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쟁투 중 하나가, 지금
이 곳 볼마스타인 평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자그마한 분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지역은 산에 둘러싸인 분지 지역으로, 원래는 알텐하겐이라고 하는
군소 공국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땅이었다.
알텐하겐 공국 자체가 상업적으로 부유한 국가는 아니었다. 공국은 드라그노트
제국과 아르마인 왕국의 국경지대에 위치하여, 각 지에서 나는 농산물을 양국과 교환하는 식으로 위태한
명맥을 잇고 있는 국가였다. 아직까지
제국과 왕국에서 이 나라를 병합하지 않은 것은 군사력을 일으킬 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교통의 요지도 아니고, 매력적인
산물도 없다. 굳이 군사를 일으켜
자신들의 발 밑으로 집어넣기에는, 상대 국가와의 충돌로 인하여 잃을 상실이 더 클 것으로 계산되었던
것이다.
공국 자체로서도, 어느 하나의 깃발 아래 들어가는 것이 더욱 더 부유할
것으로 계산이 되었으나, 혹 선택하지 않은 다른 나라에서의 보복이 두려워 섯불리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나름대로 제국보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다. 자신의 선택으로 나라의 역사에 종지부를 함부로 찍을 수 없었다. 공왕 오스트발 5세는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위태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해 까지는.
올 해 초, 한 무리의 탐험가들에 의해 알텐하겐에서 커다란 금광이
발견되었다.
탐험가에게는 일생의 대발견이요, 금광이 발견된 지역의 마을에서는 성장의
기회였지만, 위정자들에게는 고민의 시작이었다.
매장량이, 턱없이 많았던 것이다.
순식간에 주변에서, 황금의 꿈을 꾸는 자들이 모여들었다. 조용했던 마을은 순식간에 수많은 목소리들로
북적거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들 사이에는, 조금씩 다투는 목소리가 섞여들기 시작했다.
공국 안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금광 개발에 하나둘씩 끼어들기
시작했고, 공국의 빈약한 군사력으로는 진흙발로 걸어들어오는 이방인들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지리적으로 제국보다 더욱 가까운 아르마인
공국에서는 아예 대규모의 광부들을 조직하여 공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타국인 만큼 공식적인 인력 파견은 아니다. 교묘한 방법으로 하나 둘씩 공국 내부로 침투시킨 후, 안에서 내부
조합을 결성한 것이다. 조금의
시간이 지났을 때, 금광이 발견된 마을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것은 아르마인 왕국에서 온 광부 길드였다. 광부 길드는 조금씩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워나가며, 주인인 공국과 다른 세력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조합 이외의 광부들에게 채굴 지역을 제한하고, 그 이외의 지역을 채굴하는 데에 있어서는 진입로를 교묘하게 막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채굴을 방해했다. 다른 사람들이 괜찮은 광맥을 찾으면, 어느 새인가 슬쩍 밀고 들어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길드에 소속되지 못한 광부들, 특히
공국 출신의, 본래 주인이었던 자들은 분노할 수밖에는 없었다.
결국 분쟁이 벌어졌다. 어느 날, 술집에서 만취한
광부들끼리 시작된 난투는 그 규모가 커져, 마을 내에서 커다란 싸움이 벌어졌다. 다행히 사상자는 많지 않았지만, 공국은 마침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고, 서신을 통해 아르마인 왕국에
항의를 보냈다.
왕국의 답신은 출병이었다.
왕국은 언제든, 공국을 차지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왕국의 길드를 보호한다는 이름 아래, 왕국은 군사력을 파견하여 일주일 만에 금광 마을을 점령하고, 오래
전 존재했다고 전해지는, 실은 그 지위조차 의심이 가는 고대의 기록을 발췌하여 공국의 정당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당연히 공국에서는 그 기록의 존재를 인정할 리가 없었다. 공국의 주장에 대하여, 아르마인
왕국은 무력으로 대답했다. 이미
출병 준비가 끝난 군대를 급히 파견하여, 전쟁 준비조차 되지 않은 공국의 도성을 포위하고, 물자가 부족한 도성을 압박하며 항복을 종용했다. 공왕 오스트발 5세는 주변
국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주변 국가의 반응을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부족했다.
한 달 만에, 공국은 항복의 깃발을 올렸다. 성문을 열고, 침략자를 받아들였다. 오스트발 5세는
탑 위에서 투신하여 자결, 그리고 그의 그 후손들은 침략자의 칼 아래 스러졌으며, 살아남은 한 줌도 안 되는 왕족들은 나라를 떠나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부를 약속했던 금광의 발견이, 결국
하나의 국가를 멸망으로 이끌어버린 것이다.
살아남은 한 줌의 왕족 중 한 명은 극적으로 사선을 돌파하여 드라그노트 제국에 신병을 의탁했다. 피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호소하는 그 왕족을
위로하며,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명분 아래 제국은 출병준비를 서둘렀다.
물론, 망국의 원혼 따위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다. 제국 역시 황금의 욕망에 눈이 어두워진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공국의
영토가 제국에 가까웠다고 한다면, 똑 같은 방법을 통해 제국이 공국을 차지해 버렸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금광의 존재가 알려졌을 때, 그리고 왕국이 자신들의 인력을 공국으로 파견했을 때 가장 아쉬워했던 것은 제국이었다. 제국 역시 같은 방법으로 공국에 인력을
파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르마인의
침공이 시작되었을 때, 제국은 자국의 광부들을 급히 본국으로 소환하는 동시에, 전쟁 준비를 시작했다. 이미 누군가는 이성과 합리의 성벽을 부숴버린 것이다. 그렇게 된 이상, 성벽 너머 무궁한 기회의 땅은, 먼저 나아가 깃발을 꽂는 자의 것이
될 수밖에는 없었다. 제국의 출병
소식을 전해들은 왕국 역시 병력을 파견, 양국의 군대는 이 땅, 볼마스타인
평원에서 대치하기에 이른다.
탐욕의 악마는, 황금의 빛에 눈이 먼 자들에게 지금까지 흘린 것 이상의
피를 이 땅에 흘리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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