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춘만 있던 것은 아니다 - [공교로운 비로 あいにくの雨で] by 마야 유타카


이런 소설도 쓸 수 있었구나.

 

마을에 처음으로 눈이 내리던 날, 폐허의 탑에서 한 남자가 살해된다. 눈 위에 남겨진 발자국은 탑으로 향하는 것 하나 뿐. 살해당한 남자는 발견자인 고등학생 우콘의 아버지였다. 그는 8년 전 같은 탑에서 이혼한 아내를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 실종되었던 상태였다. 어머지도 아버지도 잃어버린 우콘을 생각한 친우 우토와 시시마루는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 그들을 그저 비웃는 것처럼, 마을에서는 비극이 연달아 일어나기 시작한다 - 충격의 진상이 기다리고 있는 청춘 본격 미스터리.

알라딘에서 책을 팔고 나서 쌓아둔 포인트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위시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걸 보고 별 생각없이 구입. 알고보니 예전에 북오프에서 노벨즈판을 이미 샀었다...바보..

소개글에서 알 수 있듯 청춘 미스터리다. 물론 마야 유타카식. 

마야 유타카는 진실을 고하는 자 (혹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혹은 작가 (=신)의 선지자)인 탐정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해 온 작가다. 탐정이 내리는 진상은 얼마나 황당하고 말이 안되는 것을 떠나, 탐정의 입을 떠나는 순간 유일한 진실이 되어 새겨지고, 다른 가능성은 허구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자비없는 진실을 마주하면서, 방관자 혹은 관찰자라고 여겨졌던 주인공은 어느 새 무자비한 진실을 받아들게 된다. 진실이 황당하고 주인공이 망가질 수록,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테마는 더욱 더 강렬하게 나타납니다. 마야 유타카는 이러한 부조리, 어떠한 의미에서의 블랙 코미디를 빌려 이 구조에 대한 심도깊은 질문을 던져왔던 작가다. 이런 작가가 쓰는 "청춘" 미스터리라...

이 소설은 전체 1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범하게도 이 소설은 살인에 사용된 트릭을 밝히는 13장부터 시작한다. 하우던잇을 처음부터 훌렁 밝혀버린 채, 소설은 주인공 우토의 시점에서 학교에서의 권력다툼과 살인사건 사이에서 마모되어 가는 우콘을 바라본다. 그리고 진실이 밝혀짐에 따라 우토의 평범하고 지루했던 세계 역시 무너지게 된다.

90년대에 데뷔했던 일본 작가들, 특히 시골에서 상경한 작가들이 지방 생활을 묘사할 때는 한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내 주변은 끝없이 지루하고 변함이 없는 것에 대한 짜증이 눈에 띄는데 (사토 유야라던지...그러고 보니 이 양반도 고단샤에서 데뷔를 했었지) 이 작품도 그와 같은 정서가 보여서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90년대~2천년대 초반은 통신과 미디어의 발전 속도에 유통이 따라가지 못했던 시기였는데, 신문에서는 버젓이 팔고 있던 책이나 음반을 아직 동네 서점은 들여놓지 않았다던지라는 불만이 팽배했던 시절이었다. 그런 지방 정서는 요새의 작가들에게는 아무래도 기대하기 힘들겠지.

마야 유타카의 작품들 중에서 (의외로) 수위에 놓고 싶다. 처음부터 하우던잇을 포기한 만큼 이 소설은 후던잇과 와이던잇에 집중했고, 사실 와이던잇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나에게는 제일 잘 맞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다만 작가 특유의 와장창 결말 (파천황적이라는 수식이 붙는) 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어필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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