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대작일 필요는 없다 - [桜底] by 나이토 료
그들은 사건을 해결하지 않는다. 누구도 구원하지 않으며, 그저 "처리"할 뿐이다.
나이토 료 대망의 신 시리즈는 경시청의 밑바닥에 있는 자들을 그리는 전대 미문의 경찰×괴이의 이야기.
야쿠자에 쫓기며 아르바이트를 잃은 야스다 레이가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을 때, 샐러리맨 모습을 한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조금 위험하지만, 조건이 좋은 일을 소개하지."
"장소는 경시청 본부"
팀을 담당하는 경시정은 목이 없는 유령. 동료들 역시 수상한 자들 뿐.
그들은 사람도, 괴이도 구원하지 않는다. 그들의 일은 아무도 모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 뿐-
벚꽃이 피는 경시청의 밑바닥 중에서도 밑바닥. 그들은 그 곳에 있다.
좋은 의미를 의도하며 쓴 표현이더라도, 쓰고 나서 보면 칭찬처럼 느껴지지 않는 멘트가 있죠. 제게는는 그런 표현 중의 하나는 "일본 드라마 같다" 라고 하는 표현입니다만...솔직히 제 넓지 않은 표현의 범주 안에서는 이런 작품들의 감상을 표현하는데 찬사라고 생각하고 쓴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쓰고 나서 보면 그렇게 찬사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건 아무래도 일본 드라마 자체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 열심히 일본 드라마를 봤던 시절에 한국에 소개되었던 작품들은 일본 내에서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요.
나이토 료는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고, 소개된 작품 역시 그의 데뷔작인 [ON] 정도가 있으며, 이 작품 역시 그렇게 큰 반향은 얻지 못한 채 사라져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년 전 (2016년 쯤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히가시노 게이고 이외의 일본 작가들이 많이 번역되었습니다. 오래 전이지만) 많은 작가들이 물밀듯이 소개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같이 소개되었다면 이 작가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의) 평가는 조금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이토 료는 본작 "경시청 이능처리반 미카즈치" 시리즈 이외에도 [ON]과 같은 시리즈를 계속 쏟아내고 있는 다작 작가입니다. 아직 이 책 이외에 다른 시리즈를 읽어보지는 못했으므로 이 작가의 작풍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이 책을 읽어보면 작가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각적인 감상으로, 이 작품의 장점은 초능력을 가진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민원을 처리할 뿐인 공무원의 감성을 담아냈다는 것에 있을 수 있겠습니다. 주인공부터 시작해서 등장인물들은 각자 나름의 이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능을 가지고 행하는 것은 지극히 공무원적인, 영적 현상을 현실적인 레벨에서 처리함으로써 사람들이 이계의 존재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TRPG 게임인 "Esoterrorist"나 "Conspiracy X"와도 비슷할 수 있겠습니다. 벌어진 초자연적 현상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논리를 갖다붙이는 그런 것들이요.
등장인물들 역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 과대평가를 하지 않고, 눈 앞에 들이닥친 영적 사건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으로 끌어당겨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후속권이 진행되면서 이 기본적인 플롯의 형태에서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이런 공무원적인 일상 속에서 주인공 야스다 레이가 자신이 있을 곳을 마련하는 것이 이야기의 주된 테라마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머리에 떠올랐던 것이, (조만간 감상을 또 쓸) 카미나가 마나부의 작품군입니다. 작품의 스케일도, 캐릭터 조형 역시 일본 드라마에서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캐릭터들이 나와 딱 그만큼의 대사를 소화합니다. 플롯 역시 흥미롭기는 하나 예상 이외의 반전이나 이야기의 확대는 없으며,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의 롤러코스터는 있지만, 그 범위를 벗어난 반전이나 세계의 확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 안에서의 이야기는 충분히 변화무쌍하며, 읽고 간 독후감 역시 불만스럽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웰 메이드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은 만족감이 듭니다 (그렇기에 이 시리즈에 많은 칭찬이 붙었겠지요)
명작의 범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점을 포기하고라서도 눈에 크게 띄고 독자를 후킹할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커다란 야심은 보기 힘들었지만, 나름 신경써서 만든 세계가 이 책에 대한 평가 절하를 막게 합니다. 후속권에서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선뜻 다음권에는 손이 가지 않기는 합니다. 재미있게 읽었긴 했지만, 전 이미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을 몇 개 더 알고 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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