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讀) 닫힌 마술 상자 - [레드 드래곤] by 토마스 해리스
강렬한 표지
사투 끝에 연쇄 식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를 체포하고 은퇴한 FBI 수사관 윌 그레이엄. 그의 앞에 상관이었던 잭 크로포드가 찾아온다. 보름달이 뜬 밤 일가족을 몰살시키고 이빨 자국을 남기는 연쇄 살인마 "이빨 요정"을 체포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다. 윌 그레이엄은 "이빨 요정"을 추적하면서 한니발 렉터에게 도움을 청하고, 렉터는 도움을 주는 듯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빨 요정"을 사주하여 윌의 목숨을 노린다...
이제는 전설이 된 (개인적으로는 한 발자국 앞에서 주저앉았다고 생각하지만) 한니발 렉터 시리즈의 첫 번째 권. 한니발 렉터는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고, 그를 체포했던 수사관 윌 그레이엄과 그에게 사주를 받은 "이빨 요정" 프랜시스 달러하이드의 시점이 교차하며 작품이 진행된다. 달러하이드의 챕터에서 흘러나오는 끈적거리는 귀기는 2024년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보였던 윌, 달러하이드, 렉터의 내면이 닮았다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달러하이드 챕터에서의 끈적함이 윌의 챕터에서도 언뜻 보이는 것이 감상 포인트.
이 다음편인 [양들의 침묵]은 논란 없는 마스터피스라 평가절하될 법도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한니발] 역시 트릴로지를 닫기에는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한니발 라이징]은... 내 안에서의 이 시리즈에 대한 평가를 급전직하시킨 작품이다. 우리는 렉터가 어떤 사람인지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한니발]의 마지막까지 우리는 렉터가 어떤 사람인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다. 가려진 부분이야말로 한니발 렉터를 단순한 연쇄 살인마 이상으로 만드는 요소였지만, [한니발 라이징]에서 모든 과거가 까발려지면서 그는 트라우마를 가진 가엾은 영혼이 되어버린다.
TED에서 J.J 에이브럼스가 얘기했듯, 마술 상자가 신비로움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닫힌 상태로 있어야 한다.
여러 모로 애석한 시리즈지만, 그래도 [한니발] 까지는 언제고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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