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게임 종주국의 도전장 - [이쿠사가미 천 イクサガミ 天] by 이마무라 쇼고

어찌보면 작가다운 작품일 수도

메이지 11년 심야의 교토 텐류지.
"무예가 뛰어난 자"에게 "돈 십만 엔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괴문서에 의해 실력에 자신이 있는 292명이 모였다. 
그들에게 내려진 것은 <고독>이라는 이름의 "유희"의 개시와 일곱 개의 기묘한 규칙. 일정 점수를 모으며 도카이도를 따라 도쿄를 목표로 움직이는 것. 
각자에게 주어진 목패는 한 장에 한 점을 의미한다. 점수를 얻는 수단은 오로지 하나.
"서로 싸우는 겁니다! 그 수단은 따지지 않습니다!"
검객 사가 슈지로는 목숨이 걸린 싸움에 휘말려 든 열 두살의 소녀 후타바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지만, 강적들은 그의 앞을 차례차례 막아서기 시작하는데...

[새왕의 방패]로 국내에도 소개된 이마무라 쇼고는 일본 시대소설을 주로 쓰고 있으며, 4일 만에 탈고한 첫 소설로 규슈 사가 문학상을 수상, 본격적으로 집필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한 번에 여덟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는 등의 무시무시한 작업량과, 나오키 상도 수상하는 등 안정적인 작품성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다. 
[새왕의 방패]에서 보여준 진지한 작품 이외에도,  열혈 선생물 드라마를 시대소설화한 것 같은 [테라코야 세이기도] 같은 작품에서는 힘을 빼기도 했고, 시대소설이라고 하는 장르에 집중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 보여주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작가였다. 
이 작품은 [바람의 검심]의 배경이기도 했던 메이지 시대를 바탕으로, 폐도령이 선포되고 몰락하기 시작한 검사들을 모아 데스게임을 벌인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막말 시대에 실력을 인정받았던 주인공 사가 슈이치로도 참가자 중의 한 명으로, 병에 걸린 아내의 약값을 벌기 위해 데스게임에 나서게 된다.그는 게임의 규칙을 발표하는 첫 모임에서, 그와 원한 관계가 있는 사제들을 포함한 수많은 강적들이 모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우승이 쉽지 않을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 와중에 마주친 어린 소녀 후타바를 보호하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쉽지 않게 흘러가게 된다. 
새롭지는 않은 설정이지만, 뻔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필력이다.  이런 배틀로얄-데스게임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고, 또 이 캐릭터들을 드라마틱한 장면에서 죽이는 테크닉이다.  소설의 페이스는 빠르게 흘러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마간산으로 캐릭터들을 대충 소개하고 치워버리지 않는 것이 이 소설의 미덕인 듯 싶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식상하지는 않은, 어찌 보면 독자들이 기대하는 내용에 몇 숟갈 더 얹어 훌륭하게 서빙하는 것이 작가의 역량 아니겠는가.
[천] [지] [인] 3부작으로 예정이 되었으나 더 이어진다고 하고, 드라마화도 확정이 되어 곧 넷플릭스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어찌보면 데스게임-배틀로얄 장르는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배틀로얄]로 장르화하고 계속 작품을 쏟아내고 있는 건 일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대물] X [배틀로얄]로 드라마를 만들다니, 내게는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데스게임물의 종주국 자리를 위협받은 일본의 도전장으로 느껴진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며 후속편도 읽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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