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돋는 치밀함 - [Executive Orders] by 톰 클랜시
요새 리뉴얼 된 표지보다는 예전 버전이 더 정감이 간다
왠 걸, 끔찍할 정도로 긴 소설이었지만 손에서 책을 떼기 힘들었다. 특히 후반부.
퍼즐 조각처럼 다양한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조각조각내어 뿌려놓는 스타일로 글을 쓰는 데다가 각각의 묘사는 또 징그럽게 자세해서 (...) 초반부에는 이야기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조각들이 본격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다. 불평불만만 늘어놓던 잭 라이언은 점차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자각하게 되고, 그를 믿지 않던 언론인들은 점차 그의 진정성을 이해하게 된다. 모든 정황이 밝혀지고 범인에 대한 미국의 단죄(...)가 이루어지는 부분부터는 카타르시스가 대단하다. 지금 시각에서야 전형적인 미국만세 플롯이라고 비웃음을 받을 수 있겠으나, 사실 그 시대에 미국인을 대상으로 미국 작가가 쓴 책인데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멋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고.
예언가 소리를 들었던 작가답게 이번에도 소름돋는 예측을 하나 한다. 이란의 생물 병기 테러로 미국 내 판데믹이 발생하는데, 판데믹으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 묘사가 코로나 때와 너무나 흡사했다. 94년 소설에서 내세운 방법과 2010년대 후반의 대응 체계가 비슷하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련의 톰 클랜시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작가의 장점은 심도 있는 자료 조사와 분석력, 그리고 분석한 내용을 가지고 그럴싸하게 미래를 그려내는 치밀함인듯 하다. 후배 작가들이 이런 치밀함을 어떻게 이어갔는지도 궁금하고, 또 마크 그리니 같은 작가의 등용문으로도 사용되는 듯 하니 이 시리즈는 당분간은 계속 챙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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