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있는 변주 - [살인사건에 말려들어 달릴 상황이 아닌 메로스] by 고조 노리오

 



인질이 된 친우를 구하기 위해 메로스는 추리했다 - !

자신 대신 인질이 된 친우 세리눈티우스를 구하기 위해, 3일 동안 고향과 수도를 왕복할 수밖에 없게 된 메로스. 하지만 여동생의 혼례 전야, 신랑의 아버지가 살해당한다. 현장은 자신과 여동생밖에 열 수 없는 양 우리. 밀실살인이다. 빨리 수도로 돌아가고 싶은 메로스는 급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그 후도 산길에서 맞닥뜨린 산적의 사체나, 범람하는 강의 익사체. 그리고 수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충격의 진실이란 무엇인가? 두 번 읽어야 하는 걸작 미스터리!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 듯, 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를 패러디한 코믹 미스터리 연작집.

일본어 교과서에도 실렸던 [달려라 메로스]는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으며 여러 모습으로 패러디되어 왔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모리미 도미히코의 [신석 달려라 메로스] 였다. 일본 고전 소설들을 리메이크한 작품집이었는데, 그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 표제작이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세계관과도 연동되었던 작품으로, 무대 위에서 핑크 팬티 차림의 세 남자가 춤을 추는 엔딩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가끔씩 꺼내 읽곤 하는 소설집이다.

딱히 공감이 안 될 얘기를 서두부터 늘어놓는 이유는 이 작품이 여러모로 모리미 도미히코의 문체를 연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시대상을 넘나드는 단어를 사용한 대화, 사소한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남자다운 전개, 그리고 지나치게 장황한 묘사까지. 추리파트에서 보이는 빈틈을 개그로 채워넣은 느낌인데, 개그 스타일이 취향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과 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깔깔대면서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상기했듯 추리 파트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편이라 트릭의 완성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달려라 메로스]가 우리나라에서만큼은 그렇게 유명한 작품은 아니다보니, 번역본으로 만나기도 힘들 듯 하다.

[달려라 메로스]를 알고 있고, 트릭의 완성도에 관대하며, 바카미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봐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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